미국 여행기

김완하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시인)l승인2017.03.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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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기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작은 언덕 하나를 오른다. 그런데 그 위에서도 앞과 뒤로 아찔하게 내려가는 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의 급부레이크가 불안해 우리는 유람 열차를 탄 것보다 더 겁에 질렸다. 우리는 달려 내려오면서 이제부터는 언덕을 피하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이 외곽 지역은 러시아 산 모양으로 세워져 있다. 끝이 안 보이는 공원에 들어선 걸 보면 길을 잘못 든 게 틀림없다. 도시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도시를 감춘 것만 같다. 갑자기 우리는 붉은 황금빛의 커다란 다리 위로 나오게 된다. 금문교다. 오른쪽으로 멋들어진 만을 끼고 언덕 위에 층층이 깎아 세워진 눈부신 샌프란시스코의 전모가 드러난다. 도시는 온통 새하얀데 석양이 그것ㄹ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나는 심장에 충격을 느낀다. 그 형태가 보고 싶어지는 도시, 땅에서 변덕스럽게 생겨난 게 아니라 사람이 건축한 도시, 그 건축물이 하나의 커다란 자연스런 그림 안에 들어 있는 그런 도시를 미국에서 본다는 건 참으로 새롭다. 나는 자동차에서 내려 바라보고 싶다. 마침내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인간적인 무엇이 눈앞에 있는 까닭이다.

 

 

▲ 김완하 교수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분위기가 형성되던 시기, 유럽이 아직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1947년에 세계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으로의 여행을 기록한 글. 이 여행기에는 미국의 구호물자를 받으며 대단히 자존심 상해하는 유럽과, 구원자로서 으쓱해하는 반면 유럽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을 감추지 못하는 미국. 이 두 대륙 간의 문화적 차이와 그 갈등을 잘 읽을 수 있다. 그리고 70년이 흘러 미국은 이제 더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해 세계를 움직이고, 유럽은 옛 명성 간직한 채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인지.....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우선 세 번 놀란다. 첫째는 우리가 들었던 명성만큼 금문교가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그곳에 뒤덮인 안개로 인해 금문교의 실체를 좀처럼 다 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여러 차례 그곳에 가서 이곳과 저곳을 본 후에야 전모를 어렴풋 느낄 수 있는데, 그런데 세 번째로 놀라는 것은 누구라도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오면 그곳에서 보았던 수많은 풍경들을 제치고 금문교가 솟아오른다는 것. 그리하여 다른 것은 다 안개 속에 묻히고 금문교 교각만이 그 위로 우뚝 솟아오르는 것이니.

그러니 그대들이여! 금문교의 온전한 모습을 보려거든 2월 중순 그곳에 가라. 그러면 한없이 온순하고 포근한 가운데 금문교의 전모를 볼 수 있으리니. 이것은 내가 두 번에 걸쳐 1년씩 샌프란시스코에서 2년을 살아본 결과 깨닫게 된 시크릿이다.


김완하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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