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이다

김억중 한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건축가)l승인2019.05.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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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brogio Lorenzetti, 도시의 선정(善政) 부분, Siena, 1338-1340

로렌제티가 화폭에 담아낸 시에나는 3-5층 정도의 작은 건물들이 경사를 따라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어우러져 있고 곳곳에 삶의 기쁨이 활력으로 넘쳐난다. 건물 하나하나의 아름다움보다는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한층 더 매력이 있다.

그림은 거리 주변을 지상의 낙원으로 구현해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화면의 구도를 보아도 좌우로 널찍하게 펼쳐 보이고 있는데다, 하늘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면적이 왜소하게 그려진 것을 보아도 천상의 축복보다는 지상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이 분명하다.

게다가 하단의 길과 사람들, 그리고 건물 1층의 열린 아케이드가 거의 상하 화면의 1/2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것도 그러한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 그림 속 낙원의 주인공은 무엇보다도 길가의 사람들이다. 어쩌면 꽃나무가 그려져야 할 위치에 평범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서 저마다 주거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로렌제티가 활기찬 현재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상단에는 몇몇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하늘과 땅 사이 그 축복의 경계를 이루는 지붕을 짓느라 여념이 없는 세부 묘사를 통해 지상의 낙원은 지금도 신축중이며 계속 이어져야한다는 듯 그 의미를 절묘하게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 모두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까지 건축의 힘은 실로 위대한 것이라 할만하다. 제목이 시사하고 있듯이 도시가 활력이 넘쳐나고 주거의 기쁨으로 충만한 것이 훌륭한 위정자의 선정(善政) 덕분이라 한다면, 도시와 건축정책은 어떤 철학과 어떤 방식으로 펼쳤다는 말인가?

그러고 보면 시민 한 사람 한사람이 체감할 만큼 아름다운 건축과 도시 정책을 잘 펼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검증된 위정자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져야 제대로 된 시민의 권리행사가 아닐까. 그대가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로 대접 받고 싶다면 말이다.


김억중 한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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