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신문에 이런 기사가...>“은퇴 후 시골에 집짓고 살고 싶다”...전문가들이 뜯어 말리는 이유

조선일보 6일 신문에서 은퇴 후 주거지 선택법 전문가 조언 취재 보도해 주목 박기성 기자l승인2023.11.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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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구 도심 전경.

종합편성채널 MBN의 인기 다큐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이다’는 자연으로 회귀하고픈 중장년층 남성 시청자들의 로망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은퇴 후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이 산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시골로 내려가 살고싶은 ‘도시 탈출’ 로망은 많은 이들이 늘 꿈꾸는 마지막 퍼즐의 완성일 수도 있으리라.

조선일보가 6일(월) 조간신문에 (“은퇴 후 시골에 집짓고 살고 싶다”...전문가들은 뜯어 말리는 이유)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다.

노후 보금자리는 인생 후반전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다. 나이가 들면 젊을 때처럼 생활 터전을 옮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은퇴 후 주거지 선택법에 대해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들어봤다.

◇전원 생활은 전월세살이부터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란 중노년층 중에는 전원주택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자연 속에서 텃밭도 소소하게 일구면서 살고 싶어한다. 전원 생활의 장점은 경험자들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다.

“도시 아파트에서 외곽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면, 목돈을 손에 쥐어 금전적 여유가 생긴다. 주변에 편의 시설이 거의 없고 교통이 불편해서 ‘강제 집콕’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생활비도 절약된다. 텃밭조성, 정원관리, 잡초제거 등 할 일이 많아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니 체중이 저절로 빠진다. 치킨·피자 같은 배달 음식은 불가능하니까 몸에 좋은 집밥만 먹게 되고, 건강은 덤이다.”

그런데 최근 전원주택 시장 상황은 ‘언덕 위 그림 같은 집’을 꿈꾸는 은퇴자에겐 우호적이지 않다고 조선일보는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건축비(인건비+자잿값)가 2~3배씩 올라서 예상했던 것보다 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중한 노후 자금을 전원주택 건축비로 쏟아 부으면 통장 잔고는 바닥나고, 시골살이 낭만은 말년 악몽으로 변하게 된다고 조선일보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75세엔 도시 유턴 고민해야

노후 준비 서적을 다수 펴낸 송양민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장은 “코로나 이후 전원주택 건축 비용이 급등해서 예전에 3억이면 충분히 지었을 집이 지금 견적을 내면 6억이 넘는다”면서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전원 생활을 꿈꿔왔던 은퇴 가구라면 집을 새로 짓기보다는 전월세살이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자연과 교감하는 쾌적한 환경에서 즐기는 전원 생활은 그 자체로 축복입니다. 문만 열면 바로 내 눈 앞에 자연이 펼쳐지죠. 하지만 시골살이를 낭만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전원주택을 신축하려면 자금이 많이 들고, 짓고 나서도 관리·유지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전원 생활을 꼭 하고 싶다면, 도심에서 차로 1시간 30분 이내 거리에서 적당한 집을 찾아 사계절을 경험해 보세요.”

잘 지어진 전원주택을 빌려서 일정 기간 살아보면서 노후에 살아도 괜찮을지 먼저 따져보라는 것이다.

5도2촌(5일은 도시, 2일은 시골) 형식으로 일종의 수습 기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송양민 원장은 “전원주택을 짓는 경우, 건축업자와 분쟁이 생길 확률이 90%는 넘는데, 지금은 건축 비용까지 비싸져서 집짓기 난도(難度)가 너무 높아졌다”면서 “거주지를 완전히 옮기기 전에 전월세로 살아보면서 경험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다리 멀쩡하고 운전도 가능할 땐 맑은 공기를 마시며 눈 뜨는 것이 기쁨이죠. 하지만 나이 들어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해지거나 혹은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되면 ‘집’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전원 생활에 안착했어도 75세쯤 되면 몸에 아픈 곳이 늘어나고 거동이 불편해져서 (병원이 있는) 도시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월세살이보다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원 생활을 즐겨보고 싶다면 이동식 주택인 컨테이너 농막(農幕)도 고려해 보라고 송양민 원장은 조언했다. 농막은 기성복처럼 미리 만들어져 있어서 1억원 미만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고, 법적으로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아 세금 부담이 없다. 얼마 전 정부가 불법 농막 급증을 이유로 농막 취침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반발 여론 때문에 보류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전원주택을 둘러싼 찬반 논쟁

“지금 전원주택 사면 호구 됩니다.” “텅텅 빈 전원주택 쏟아집니다.” “내가 3년 만에 시골 생활 접은 이유” 인터넷에는 전원주택의 실상을 고발하는 글과 동영상이 넘쳐 난다고 조선일보는 강조했다.

사는 순간 바로 손실 확정인 악성 매물들이 많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부실하게 지어졌는데 호가는 비싸서 고인건비 시대에 수리비가 집값보다 더 많이 들 것이란 괴담도 나온다.

고금리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짓다가 만 전원주택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원주택=골병주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집주인이 신경 써야 할 일들도 산더미다.

하지만 막상 귀촌해서 전원 생활을 오래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장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불편한 점들은 전부 잊을 수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닭장 아파트에 갇혀 지내면서 층간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고 조선일보는 지적했다.

강화살이 4년차라는 한 은퇴자는 “도시에 살면 기름진 음식과 술을 마셔서 건강이 나빠질 수 밖에 없지만, 전원주택에서 살면 공기 좋고 제철 유기농 채소만 먹으니까 병원 갈 일이 거의 없다”면서 “돈을 쓰고 싶어도 쓸 데가 없기 때문에 노령연금만으로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조선일보는 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노후 주거지 선택은 각자 인생관에 따라 정하는 것이므로 정답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투자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매수하거나 신축한다면, 나중에 팔 때 본전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아파트는 규격화된 상품이어서 매매가 수월하지만, 전원주택은 매수자 찾기가 쉽지 않다. 나한테는 자연에 둘러싸인 멋진 별장 같아도 남들에겐 평범한 주택일 수 있다.

전원주택은 베이비붐 세대의 욕망이 나타난 공간이며, 젊은 세대의 공간 욕망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는 전문가 지적도 귀담아 듣자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베이비붐 세대는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돈을 벌었는데 이들이 은퇴하면서 귀농 러시가 생겼고 전원주택 붐이 일어났다”면서 “반면 베이비붐 이후 세대는 대부분 도시에서 살았기 때문에 시골에 대한 동경심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원주택 수요가 예전처럼 불타오르긴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위원은 “인구감소 충격이 닥쳐오는 시점에 나이 든 은퇴자가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자산에 노후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면서 “차라리 거주와 소유를 분리하는 듀얼라이프(두 지역살이) 전략으로 노후에 살 집을 정하라”고 조언했다. 거주지는 옮겨도 소유는 전환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진 자산 가치는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박기성 기자  happyda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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