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김완하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l승인2016.12.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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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필립 터먼(Philip Terman)

 

때로 우리는 뉴스를 끄고
새소리나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
혹은 이웃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
책을 덮고 모든 창문을 열어야 해
내면에 소용돌이치는 것들을 내보내고
창가에 와서 푸드덕거리는 것들을 모두
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도록
때로는 전화기를 끄고 베란다에 나가 온종일
태양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당신의 앞에 펼쳐진 하루
자갈들 위로 흐르는 기찻길
때로는
저녁 안개 속
나무 층계를 걸어 강가로 가야해
거기 핑크빛 장미가 꽃잎을 접는,
풀밭의 언덕에 앉아
두 마리 거위를 기다려야 해

 

 

우리들 삶 주변에 널려 있는 것들의 작은 움직임은 실상 그렇게 눈여겨 볼 대상이 되지 못한다. 매일매일 눈앞에 펼쳐지는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들. 감당할 수 없는 일들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분주한 삶 속에서. 시간의 빙판을 사정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또 우리로부터 미끄러져가는 일상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면서. 어느새 우리는 2016년의 12월! 마지막 달의 시간 앞에 당도해 있도다.

2016년은 얼마나 많은 뉴스와 사건과 사고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어 우리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내팽개쳐버렸던가. 우리는 정신에 스며든 상처와 멍투성이의 온몸을 끄을고 이제 다시 2017년을 맞이하기 위해 떠오르는 태양의 첫 순간을 보러 바다로 떠나야 한다.

그러나 이제 2016년이 가기 전에 이 세상으로 열린 우리 눈을 잠시만이라도 접자. 잠깐 동안이나마 두 손을 모으고 우리 내면으로 흐르는 일상의 숨결을 고요히 새겨듣자. 늘상 우리 주변에 펼쳐지며 우리 삶을 감싸고 있는 일상의 모습들을 천천히 더 천천히, 그러나 깊이 음미해 바라보며 되새기자. 그것은 바로 우리가 시간의 느림 속으로 걸어가며 맞이하는 찰진 성찰일 것이니.

▲ 김완하 교수

우리 지난 시간은 얼마나 큰일들로 경황없이 시달려온 것인가. 그러니 저녁 안개 속을 느리게 걸어가 강가에 닿자. 거기 언덕의 풀밭에 앉아보자. 그리고 이제 뒤뚱 뒤뚱거리면서 비탈을 올라오고 있을 거위를 맞이하자. 기쁜 마음으로 거위를 만나 우리가 삶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와 있는 건 아닌지 그들에게 물어보자.


김완하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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