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트라우마와 메르스 공포

박기성 기자l승인2015.06.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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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시한 어시장 좌판의 모습.

# 전 국민을 공포심속으로 몰아넣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대처 능력을 지켜보노라면 또 다른 정치 풍자 개그를 연상케 한다.
특히 대통령이나 정부 부처의 대처 능력은 ‘딱 1주일 늦은 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1주일만이라도 빠른 대책을 내놓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장 및 대처방안을 언급했던 국무회의 자리 역시 매한가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대통령의 이 같은 제스처는 너무 늦은 메르스 대책회의였던 것이다.

# 우선 몇 가지만 복기(復棋)해보자.
먼저 박 대통령은 경제파급 효과와 관련, ‘메르스 사태가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유통업계 상인들이 울상을 짓기 시작한 것은 이미 열흘쯤 전부터 이어져온 일이다.
메르스라는 질병에 감염된 확진자가 지난달 20일 처음 밝혀진 뒤 일주일쯤 지난 26일 무렵부터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 31일을 넘기면서 메르스는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전국으로 급격히 확산돼 나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관련 정보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만이 독점한 상태라 자치단체는 어떤 대응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실정이었다. 
국민들 사이에선 이때 이미 메르스 관련 괴담이 돌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사람들 발길이 줄어들어 상인들의 한숨 섞인 탄식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줄다리기에 한창이던 때, 여야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할 때 국민들은 이미 메르스에 하나둘씩 감염돼 갔던 것이다.

#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과민하게 반응해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주시길 바란다’며 이날 회의 참석 관료들에게도 맞춤형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들 사이에 만연된, 메르스 공포감 확산과 이로 인해 위축된 경제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사뭇 의심스럽다. 말은 그럴 듯하나 맞춤형 대책이 도무지 어떤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제주여행을 취소한 관광객 수는 내국인 8439명, 외국인 5693명 등 총 1만4132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 관련 경제적인 손실이 어디 관광업계에 국한된 것이겠는가?
사실 지난해 세월호 사고의 경우 선박 여행과 수학여행 위주의 피해를 입었지만 메르스 여파는 관광업계뿐 아니라 나아가 국가 전방위적인 타격을 줌은 물론 국가 신인도까지 땅에 떨군 상태다.

# 물론 이번 메르스 확산 요인을 대통령이나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국내 병원의 입원환자 관리 시스템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외국 언론들은 입원실에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심지어 잠까지 함께 자는 국내 병원의 관리 시스템이 메르스 확산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때문에 보호자가 아닌, 간병인 중심의 입원 병실 시스템으로 변경한 병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전에서만 3명의 간병인이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됐다는 사실은 그저 뻥 뚫린 정부의 메르스 대책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메르스 관련,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 부족은 세월호 참사 때의 복사판임을 연상케 한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 때 당한 국민적 아픔과 정부에 대한 불신, 즉 세월호 트라우마는 1년 뒤 국민들 사이에 메르스 공포 확산으로 되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문제는 신뢰다. 그러나 신뢰는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게 만드는 동기가 요구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10일에서야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연기했다. 이것 역시 ‘딱 1주일 늦은 뉴스’를 보는 듯하다. 국민의 눈치만 요리조리 살피다 나온 결정이니 말이다. 오죽하면 지난주에는 언론에서 조차 ‘메르스 공포 차단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야 된다’는 요구까지 나오지 않았던가.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딱 1주일 늦은 뉴스’만 양산해내면 안될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가라앉은 국가 경제가 지난 봄 잠깐 상승 분위기를 타는 듯 했으나 메르스 사태로 또 다시 폭삭 무너져 내렸다.
지난 1년 서민 생활을 힘겹게 했던 불황의 먹구름이 올 한해 메르스 여파로 또 다시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메르스 출구 전략을 논하기는 아직은 시기상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출구 전략을 세울 때 0순위는 뭐니뭐니해도 초토화된 경제 살리기일 것이다. 그 때만이라도 정말이지 '딱 1주일 늦은 뉴스'는 접하고 싶지 않다.

다시 한번 박근혜 대통령께 간곡히 당부드린다.
'앞으로 제발 '딱 1주일 늦은 뉴스' 생산하지 않으실꺼죠?' 

 

 

 

 

 

 

 

 

 

 

 

 

 


박기성 기자  happyda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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