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김완하 교수의 문학 산책 김완하(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l승인2015.06.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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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것

                나희덕(1966~ )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내 앞에서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
지금쯤 내 어린 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울면서 젖을 짜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난만한 눈동자,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갈 수도 없다고
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
하, 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 떼

 

▲ 김완하 교수

이 세상 어머니들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 해도 틀린 말 아니다. 모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감싸 안는 가장 큰 힘이자 대지. 모성은 여성성으로 대지의 풍요와 다산을 관장한다. 이 세상의 생명 있는 것들 모두 모성애를 지향한다. 심지어 다람쥐새끼도 모성애를 느낀다. 시인이 조붓한 산길 오르고 있을 때, 그 앞에 나타나 턱하니 버티고 서는 새끼 다람쥐 한 마리. 시인의 가슴이 저릿저릿해지며 찌르르 젖이 차올라 집에 두고 온 아이 생각에 묶인다. 돌아서 급히 산을 내려온다. 시인은 집에 두고 온 아이 생각에. 너를 떠나서는 난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너를 떠나서는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다고. 이러한 마음 이 세상 모든 어미의 마음. 길을 막아서는 다람쥐 새끼 한 마리. 그 작고 이쁜 눈망울 보고, 물웅덩이에 몰려 있는 송사리 떼 보고. 아, 밀물져 오는 그리움. 걷잡을 수 없는 이 강물처럼.

 


김완하(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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