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그저 재미있게 보면 안되겠니...”

박기성 기자l승인2026.10.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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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암살자(들)’을 흥미롭게 봤다.
필자의 직업이 기자인 만큼 영화 곳곳에 배어있는, 1970년대 신문사 편집국 모습은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박정희 유신 정권이 언론 자유를 봉쇄한 채 기사 마다 검열을 했으니 지금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못 할 일이다. 지난 1973년 유신 정권 당시 언론사는 1道1社, 즉 각 광역 도 단위에 1개씩의 신문사나 방송사만을 허용한 채 나머지 언론사는 강제 통·폐합했다. 언론탄압의 극치를 드러낸 것이다. 1道1社라는, 언론탄압이 허물어진 것은 1987년 5월 민주항쟁 이후다. 그 결과 1988년부터 대한민국 곳곳에서 언론사 창간 및 복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988년 언론사 창간·복간 바람을 타고 대전의 모 복간 신문사 편집국에 자리를 잡은 필자는 타자기가 아닌, 원고지에 첫 기사를 작성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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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사건의 배후에 관한 의문과 당시 수사의 문제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했다는 점이 논쟁의 핵심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쟁의 중심에 선 영화 ‘암살자(들)’은 역사적 진실과 창작의 자유, 정치적 해석의 경계를 불러낸 작품이다. 특히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배경을 놓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면서 관객들의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0일(화)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수 326만 5,450명을 기록하며 21일 연속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관객들 발길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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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서는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와 연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역사 왜곡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정치인은 영화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의 문체위 출석도 요구했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영화의 허구적 설정이 관객들에게 실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허구적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영화 창작의 본질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영화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라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이다. 제작진 역시 특정 인물을 배후로 지목하거나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려는 작품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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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에서 제기된 몇몇 의문점들은 지난 2005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미 제기된 의혹이란 점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새삼스럽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닌 듯 싶다.
SBS는 2005년 2월 12일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누가 육영수 여사를 쏘았는가-8·15 저격사건, 30년간의 의혹’이란 제목으로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을 보도했다. 제작진은 1974년 사건과 관련해 30여 년 만에 공개된 외교문서를 검토하고, 당시 현장 영상과 목격자·관계자 증언, 총성 분석 등을 통해 공식 수사 결과를 재검토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주요 의문점으로 ▲문세광이 육영수 여사를 실제로 쏜 것이 맞는가? ▲사건 당시 총격 상황은 공식 수사 결과와 일치하는가? ▲문세광은 어떻게 총기를 소지한 채 경축식장에 들어갔는가? ▲북한과 조총련의 개입이라는 공식 수사 결과는 충분한 근거를 갖췄는가? ▲제3의 저격수가 존재했을 가능성은 없는가? 등 몇몇 의문점들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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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의 주요 장면 역시 이 같은 의문을 따라 추적해 간다. 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는, 중부서 형사인 박철구(유해진)를 비롯해 동성일보 사회부장인 김재환(박해일), 신입기자 한영일(이민호)이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을 둘러싼 의문점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는 영화다.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와 탄탄한 이야기 구성, 사건을 따라가는 긴장감 있는 전개가 영화 ‘암살자(들)’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주요 이유인 것이다.
SBS는 2005년 3월 26일 〈그것이 알고 싶다〉 제326회에서도 ‘누가 육영수 여사를 쏘았는가 Ⅱ-나는 육영수 여사를 겨냥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방송에서 제기된 의문을 이어받아 당시 총격 상황과 탄환의 행방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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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보수 정치권에서 영화감독을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하는 등 논란을 야기하는 것이 필자의 시각에는 정치권의 한심한 작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형사 역할을 한 배우에 대해서는 ‘북한상’이란, 모멸감까지 준 작태에는 더 이상의 할 말을 잃게 할 정도다. 특히 ‘패륜3남매’라는 비난까지 듣는 일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온갖 막말을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진숙 의원은 ‘암살자(들)’을 비판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타살일 수 있다는 취지로 가상의 영화 포스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언론 자유 운동에 나섰다가 해직된 1970년대 기자들이 아직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을 만들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있다는 점, 기자 출신인 이진숙 의원은 한 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저 재미있게, 영화 '암살자(들)'을 보면 안되겠니.....”


박기성 기자  happyda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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