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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경자의 '누가 울어Ⅱ' |
작품속에 늘 누드가 등장하고, 사과는 붉게, 하늘은 파랗게 칠하는 색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영혼이 자유로운 화가.
천경자 화백(1924-2015)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자유로운 색의 선택 덕에 ‘색의 마술사’, ‘채색화의 거장’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누가 울어Ⅱ(1989)’는 천 화백의 정체성이 함축되어 있는 작품이다. 화가의 아픈 개인사까지 투영돼 있다. 서사적 자화상인 셈이다. 여덟 달의 산고를 거친 작품이라고 한다. 꼼꼼한 성격 탓에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제작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품은 모친과 남편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후 슬픔을 잊기 위해 그렸다고 한다. 살붙이와 인연을 끊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엉엉 울어야 했던 작가의 절박감을 누드라는 역설적인 이미지로 묘사했다. 작가는 배호의 ‘누가 울어’를 환장할 정도로 좋아해 늘 노래를 들으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림의 제목도 노래 제목에서 따왔으며 같은 제목의 그림을 여러 점 남겼다.
모델은 ‘쫑’이란 별명의 둘째 딸이라고 하는데 실제 얼굴은 화가 자신과 닮아 있다. 작품의 모티브는 딸을 통해서 얻었지만 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그래야 그림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카펫 위에 엎드려 정면을 응시하는 개는 실제 기르던 애완견이다.
작품의 분위기는 이국적이다. 코끼리 세 마리가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노을에 물든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떠간다. 한마디로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이다. 여기에 전라 여인의 관능미까지 더하니 슬픔과는 거리가 멀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작가만의 방법은 아닐런지.
원형의 상과 보자기, 트럼프, 꽃 등은 실제 쓰던 살림살이거나 삶의 공간과 작업실을 장식했던 소품들이다. 여자 옆의 모자는 색이 맘에 안 들어 일곱 번이나 고친 끝에 완성했다고 한다.
전남 고흥 출신인 천 화백은 도쿄여자미술대를 나화 홍익대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집에서 압수한 ‘미인도’ 위작 파동으로 붓을 꺾고 딸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후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박수근, 이우환과 견줄 정도로 그림 값이 높은 대표적인 블루칩 작가다.
여전히 위작논란을 빚고 있는 ‘미인도’를 국립현대미술관이 25년 만에 공개한다고 하면서 천 화백이 새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 공개와 함께 위작 파동이 종지부를 찍기 바라는 마음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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