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이야기 26

김완하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l승인2016.07.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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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간이야기 26                           
                                              조오현

어떤 젊은 사냥꾼이 때마침 먹이를 찾아 물가에 나온 수달피 한 마리를 잡아 껍질을 벗겨 기세등등 집으로 돌아 왔는데요 그 다음날 내버린 수달피의 뼈가 어디로 걸어간 핏자국이 보여 그 핏자국을 조심조심 따라가니 어느 동굴 속으로 들어 갔는데요 그 어둑어둑한 동굴 속에는 전날 껍질을 벗기고 살을 발라 낸 수달피의 한 무더기 앙상한 뼈가 아직도 살아 다섯 마리나 되는 자기 새끼들을 한꺼번에 감싸 안고 있었는데요.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새끼 놈들은 에미의 참상도 못 보고 젓을 달라고 칭얼거리고 있었는데요 사냥꾼이 사람이 아무리 지독하대도 그 에미와 그 새끼들을 보고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어서 그 새끼들이 자립할 때까지 에미 수달피가 되었다는데요 그 기간이 3년이었지만 3겁劫이나 된 것 같았다는데요 결국 세상 길 마음 길이 다 끊어졌다는데요 세상 길 마음 길이 다 끊어진 사람이 갈 곳은 절간밖에 없었는데요 절간에서도 몸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받아주지 않았는데요 숯불을 담은 화로를 머리에 이고 뜰에 서 있었는데요 정수리가 터지고 우레 소리가 진동했는데요 그때사 무외無畏라는 주지가 주문으로 터진 데를 아물게 하고 살도록 허락을 했는데요 이름을 혜통蕙通이라고 지어 주었다해요. 물론 신라 문무왕 때 있었던 일이지요.

 

▲ 김완하 교수

이 시를 지은 이는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설악무산(雪嶽霧山) 조오현 스님이다. 조오현 큰스님은 대한 불교 조계종 기본선원의 조실 스님으로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에 머물고 있다. 1930년경에 태어나 절간에서 80여년을 머물러온 선승으로 한국 불교계의 큰 어른이다. 일찍이 시조에 관심을 두어 1960년대 후반부터 시조 창작을 해오면서 ‘선(禪) 시조’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였다. 그의 시집 <아득한 성자>는 아직도 수많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시는 그가 낸 여러 권의 시집 가운데 하나인 <절간이야기>에 수록된 작품이다. 그의 시집 <절간이야기>는 그가 절간에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하여 그것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쓴 산문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그의 스님으로서의 높은 경지와 시적 역량이 함께 어우러져 빛나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모든 시들은 편편마다 불교의 살아있는 경전으로 읽히기도 한다.

보라. 이 시의 쉬운 이야기를, 그러나 그 깊고도 심오한 사유의 높이를. 한 젊은 사냥꾼의 살생과 깨달음을 통한 감동은 그 자체로 불심을 자극하거니와 미물에게도 불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어미의 지고한 희생과 사랑은 동물인들 인간과 무엇이 다르랴. 우주만물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는 불성이 있나니, 하물며 인간에게 그것을 물어 무엇 하랴. 하거늘 어제 오늘 내일 인간 세상은 자살과 살인의 구렁텅이란 말인가. 우리 모두 이 시의 감동 속으로 다가서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가장 작은 생명에게도 경배할 지어다.


김완하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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