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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억중 교수의 '집, 그대 영혼의 그림자' 삽화 |
집 속을 들여다보면 집 지은이나 살고 있는 이의 사소한 생각부터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어렴풋하나마 그 전모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나 집 지은이의 어떤 관념이나 가치, 또는 관습 등을 다운받아 잘 정제된 파일 안에 압축시켜 놓은 것이 바로 집이기 때문입니다. 집안에 사람이 없어도, 살림이 있어 그 사람 직업이 무엇인지, 연배는 어느 정도 되는지. 심지어 그 상태를 가늠해보면 그 이의 성품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가구들의 흐트러짐이나 그 위에 내려앉은 먼지 두께만으로도, 집안의 변고를 알아차릴 수 있지요. 가구는 집과 집주인을 정직하게 대변합니다. 저 베르사이유 궁전 같은 데나 있음직한 가구들이 집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노라면 배불뚝이 집주인의 골패인 얼굴마저 선연해지기 마련입니다. 꼭 있어야 할 자리에 꼭 필요한 가구들이 그런 모습으로 정갈하게 놓여 있는 집을 보면, 집주인의 편안한 얼굴과 미소가 떠오르지요.
이처럼 집은 짓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구들의 모임, 그들이 발산하는 독특한 분위기! 온전한 집 모습은 사람 체취가 묻어나는 가재도구들의 해후로 완성됩니다.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치부했던 집안 소품들이 의외로 삶의 진실을 말해줍니다. 그들은 물증으로 남겨져 있어, 집주인의 인품에 관한 한, 알리바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집은 그대 영혼의 그림자에 다름 아닙니다.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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