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정, 모두가 '천공(천상공무원)'처럼

박기성 기자l승인2015.07.23 11:3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시정현안점검회의석상의 권선택 대전시장

# 권선택 대전시장이 22일 시정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어수선한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로잡으려 한 것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권 시장의 앞뒤 꽉 막힌 현 상황의 답답한 모습을 실감케 함은 물론 그 같은 상황을 돌파하려는 의지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오죽하면 지난 20일 열린 항소심 판결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고 불과 몇 일이 지나기도 전에 그 같은 회의를 열었겠는가.
그러나 시정현안점검회의를 지켜보며 권 시장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간적인 동정심 못지않게 우려되는 점 또한 적지 않다.

 

# 권선택 시장은 22일 시정현안점검회의에서 ‘우선적으로 10대 현안사업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각계의 역량을 모을 것이며 그 전면에 제가 나서서 문제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물론 권 시장은 비록 피의자 신분이나 대전시의 현안을 끌고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의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 때 재선거를 해야 될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는, 두 상황을 동시에 짊어진 입장이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두 가지 상황에 걸 맞는 판단과 처신이 필요하다. 자칫 지나치고 무리한 관여는 자신에게는 물론 대전시 행정과 나아가 시민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 먼저 너무 깊이 관여할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특히 그것이 인사문제인 경우 권 시장도 사람인 이상 이해득실을 인사권에 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권 시장은 취임이후 인사와 관련해 많은 논란을 초래한 경험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박상덕 대전도시철도공사 전 사장 중도 사퇴 역시 매끄럽지 못한 권 시장의 인사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권시장의 항소심 공판이 있던 지난 20일 ‘공석중인 사장을 뽑기 위한 공개모집 절차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날 대전시민의 눈과 귀는 물론이요, 각 언론사의 모든 신경세포가 항소심 공판이 열리는 고법쪽으로 쏠려있던 때에 슬그머니 새로운 사장 모집 공모 사실을 알린 것이다.
분명 박상덕 사장의 중도 하차는 물론 새로운 사장 인사에 대한 임명권자의 부담감이 담겼음이 보도자료 배포 시점에서도 감지되는 부분이다.
만약 권 시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또 다시 인사권을 엉뚱하게 휘두를 경우 그에 따른 오명은본인 스스로에게 두고 두고 치명적일 수 있다.

 

# 사실 이날 권 시장이 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전면에 나선다고 선언했으나 과연 그 말을 믿고 따르는 공무원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대전시청 공무원들은 이번 권 시장의 회의와 관련, ‘지난 공판을 의식한 나머지 가진 기강잡기’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권 시장의 마음은 앞에서 언급한, 진퇴양난의 두 가지 곤궁한 상황이란 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지시를 따르는 대전시 공무원들에게 얼마나 이날 회의 내용이 먹힐는지는 사뭇 미지수인 것이다.
이제서 이야기지만(항소심 판결이 끝났기에) 사실 권 시장의 리더십에는 이미 누수현상이 많이 초래돼 왔다는 점은 많은 이가 아는 이야기다.
지난번 메르스 사태 당시 대전시의 메르스 대처와 관련,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도 필자는 그런 모습을 여러 차례 감지했다.

 

# 당시의 사태를 복기해보자
대전과 충남에서 엇비슷하게 시작된 메르스 사태를 둘러싸고 그 해결과정에서 드러난 두 단체장의 리더십이 대조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메르스 발생 초기의 정보 차단에 따른 혼란스러움은 대전이나 충남이나 매한가지였다. 심지어 서울시 역시 예외가 아니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메르스 발생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대전시의 혼란은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혼란 뿐 아니라 제대로 된 대책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메르스 관련 정보가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본부에 의해 독점되고 지자체에게는 차단되자
안희정 지사는 지난달 4일 ‘도지사가 책임지고 직접 지휘하겠다’며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이는 관계기관 회의만 연이어 갖던 권선택 시장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지난번 메르스 확산사태는 분명 국가 비상사태였다. 위기 시 단체장의 리더십이 어떠냐에 따라 결과는 명백하게 달라질 수 있다.

 

# 필자는 당시 메르스 사태에 따른 대전시의 혼란과 관련된 권 시장의 리더십문제를 칼럼으로 작성했으나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항소심 공판을 앞둔 권 시장에게 단 한 하나의 오점도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22일 시정현안점검회의를 지켜보면서 권 시장의 무리한 시정 챙기기는 자칫 자신의 사적인 욕심마저 끼어 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자신에게 독이 되기 쉽다는 우려마저 강하게 떠올랐다.
권 시장 스스로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권 시장의 리더십에 누수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대안은 없는 것인가?
결국 업무의 주체인 공무원들의 솔선수범만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우스갯 소리로 공무원을 ‘천공, 늘공, 어공’ 등 3종류로 분류한다고 한다.
‘천공’ 즉, ‘천상 공무원’은 성실과 정직이 몸에 배 있는 공무원이다. 뛰어난 업무 능력까지 겸비해 누가 봐도 천상 공무원으로 태어난 인물이다.
‘늘공’은 ‘늘상 공무원’으로, 그저 시간만 잘 때우고, 주어진 일만 처리하면 그만인 공무원이다.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으로, 그저 계약직 또는 어쩌다 공무원이 되다 보니 크게 신경쓰는 것이 없다.
전쟁터에서 장수가 제대로 힘을 못 쓴다면 부하라도 임전무퇴의 각오가 서 있어야 그나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천공’들이 많은 대전 시정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눈치만 보며 '늘공'이나 '어공'으로 남지말고, 모두가 '천공'의 자세로 곤궁한 입장에 빠진 권시장의 손을 이끌며 대전시가 직면한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박기성 기자  happydaym@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대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기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 551-7 한진오피스텔 315호
대표전화 : 010-5455-4311  |   등록번호 : 대전 아 00225  |  등록년월일 : 2015. 4. 10  |  발행인·편집인 : 박기성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기성
Copyright ©2015미디어대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