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는 의자
이은봉(1953~ )
아무데나 불쑥 제 푹신한 엉덩이를 내밀어
사람들의 엉덩이를 편안하게 들어앉히는 접는 의자!
사람들의 엉덩이가 앉았다 떠날 때마다
접는 의자의 엉덩이는 반질반질 닦여진다
사람들 다 돌아가고 나면 엉덩이를 들이밀고
사무실 한 구석에 우두커니 기대 서 있는 접는 의자!
더는 아무데나 제 흐벅진 엉덩이를 함부로 내밀 곳 없어
세상 어디에도 그에게는 제자리가 없다
제자리 없어 더욱 마음이 편한 접는 의자!
엉덩이를 폈다 접으며 그는 하늘에 가 닿는다.
하나의 사물에게도 인격이 있는 것인지. 우리 곁에 선 크고 곧은 나무는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을 일깨워주고, 계곡을 이어주는 다리에서는 깊은 신뢰감을 얻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접는 의자가 감당하는 역할도 꽤나 의미심장하다. 그저 평범한 이치일지라도 잘 생각하면 우리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법. 대상이 지니는 다양한 속성은 실로 놀라울 만하니. 사물에는 다의성 중의성 복합성이 존재한다. 이 세상 사람들의 어느 엉덩이도 넙죽 넙죽 받아 들어앉히는 의자. 그건 제자리도 없애기 위해서 접을 수 있는 의자. 그는 절대로 쉴 때조차 빈 허공을 바라보는 일이 없다. 그저 사무실 한 구석에 우두커니 기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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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완하 교수 |
무소유라 할까. 접는 의자, 세상 어디에도 그에게는 제자리가 없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편하다. 이렇듯 이 세상에 남김없이 베풀고 가는 삶은 자비라 할지 아니면 쉽게 희생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거창하게 중생구제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이러한 미사여구가 다 무슨 소용이랴. 의자는 의자대로 제 소임을 다 하는 것일 뿐. 이 상황에는 모두 부질없고 쓸모없는 일이다. 그저 티내지 않고 으스대지도 않으면서 가장 낮은 삶으로부터 큰 높이에 이르는 것이니. 보라. 접는 의자는 엉덩이를 접었다 펴면서 기실은 하늘을 접었다 펴는 것이 아닌가.
김완하 한남대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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