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는 의자

김완하 한남대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l승인2016.09.24 10:39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접는 의자
                                 이은봉(1953~ )

아무데나 불쑥 제 푹신한 엉덩이를 내밀어
사람들의 엉덩이를 편안하게 들어앉히는 접는 의자!

사람들의 엉덩이가 앉았다 떠날 때마다
접는 의자의 엉덩이는 반질반질 닦여진다

사람들 다 돌아가고 나면 엉덩이를 들이밀고
사무실 한 구석에 우두커니 기대 서 있는 접는 의자!

더는 아무데나 제 흐벅진 엉덩이를 함부로 내밀 곳 없어
세상 어디에도 그에게는 제자리가 없다

제자리 없어 더욱 마음이 편한 접는 의자!
엉덩이를 폈다 접으며 그는 하늘에 가 닿는다.

 

하나의 사물에게도 인격이 있는 것인지. 우리 곁에 선 크고 곧은 나무는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을 일깨워주고, 계곡을 이어주는 다리에서는 깊은 신뢰감을 얻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접는 의자가 감당하는 역할도 꽤나 의미심장하다. 그저 평범한 이치일지라도 잘 생각하면 우리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법. 대상이 지니는 다양한 속성은 실로 놀라울 만하니. 사물에는 다의성 중의성 복합성이 존재한다. 이 세상 사람들의 어느 엉덩이도 넙죽 넙죽 받아 들어앉히는 의자. 그건 제자리도 없애기 위해서 접을 수 있는 의자. 그는 절대로 쉴 때조차 빈 허공을 바라보는 일이 없다. 그저 사무실 한 구석에 우두커니 기대 서있다.

▲ 김완하 교수

무소유라 할까. 접는 의자, 세상 어디에도 그에게는 제자리가 없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편하다. 이렇듯 이 세상에 남김없이 베풀고 가는 삶은 자비라 할지 아니면 쉽게 희생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거창하게 중생구제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이러한 미사여구가 다 무슨 소용이랴. 의자는 의자대로 제 소임을 다 하는 것일 뿐. 이 상황에는 모두 부질없고 쓸모없는 일이다. 그저 티내지 않고 으스대지도 않으면서 가장 낮은 삶으로부터 큰 높이에 이르는 것이니. 보라. 접는 의자는 엉덩이를 접었다 펴면서 기실은 하늘을 접었다 펴는 것이 아닌가.


김완하 한남대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  
<저작권자 © 미디어대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 551-7 한진오피스텔 315호
대표전화 : 010-5455-4311  |   등록번호 : 대전 아 00225  |  등록년월일 : 2015. 4. 10  |  발행인·편집인 : 박기성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기성
Copyright ©2015미디어대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