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쾌대의 '카드놀이하는 부부'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예술지원팀장l승인2016.10.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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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쾌대의 '카드놀이하는 부부'

이념이 가족과 사랑보다 우선할 수 있을까. 결과론이지만 월북화가 이쾌대(1913-1965)의 경우는 그렇다. 해방공간에서 좌익 미술단체 활동이 그 단초였지만 선택의 갈림길에서 끝내 북쪽을 선택했다. 월북전 그의 러브스토리는 장안의 화제였고 자식 사랑 또한 끔찍했는데도 말이다.

대표작 ‘카드놀이하는 부부(1930)’는 작가 자신과 부인 유갑봉이 모델이다.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세잔의 작품을 유난히 좋아했던 작가가 세잔에게 헌정의 의미도 담아 그렸다고 한다. 단순한 구성과 어두운 색조 등 여러 면에서 세잔의 작품과 닮은 구석이 많다.

부부가 장미꽃이 만개한 정원에서 카드놀이를 하는 장면이다. 당시로선 보기 드문 현대화된 부부의 모습이다. 햇빛에 반사돼 금빛으로 변한 테이블 표면에서 화사한 오월 어느 날이 연상된다. 부부는 카드놀이 중 인기척을 느꼈는지 경직된 표정으로 동시에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초점은 부인에게 맞춰져 있다. 파란저고리에 붉은색 옷고름과 소매 깃이 검은색 계열의 남편 옷 색과 대비를 이루면서 안정감을 준다. 포도주 병과 흐트러진 몇 장의 카드가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화가는 카드놀이 뿐만아니라 아내를 그린 작품을 많이 남겼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작품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이쾌대만의 애정표현 방식이다.

이쾌대의 결혼 얘기는 당시 화단의 화젯거리였다. 대지주의 아들인 작가는 서울에서 고교 재학 중 첫눈에 반한 여고생에게 수없이 연서를 보내는 구애 끝에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남편의 자진 월북으로 결혼생활을 오래가지 못하고 생이별을 맞는다. 좌익분자의 가족이란 멍에를 쓴 부인과 자녀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독립운동가였던 형 이여송까지 월북을 했으니 오죽했겠는가. 때문에 1987년 해금 전까지 이쾌대는 미술사에서 조차 잊혀진 화가였다.

하지만 남편 사랑이 끔찍했던 부인은 1980년 죽기 전까지 남의 눈을 피해 남편의 작품을 벽장에 고이 간직해 온 끝에 해금을 맞으면서 빛을 보게 된다. 비록 부부의 연을 다하지 못했지만 남편의 분신인 작품에 대한 애정과 이를 지키려는 부인의 헌신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예술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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