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김완하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l승인2016.11.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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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나태주(1945~ )

 

무엇을 더 가져야 한단 말인가
공책 몇 권과 필통 하나와 동화책 몇 권
그리고 장난감 몇 가지면 되었지
누구를 더 알아야만 된단 말인가
엄마와 아빠, 오빠와 동생 친구 몇 사람
그리고 멀리서 가끔 찾아오시는 이모님이나
고모님이면 되었지
어디를 더 가 보아야만 된단 말인가
마을의 골목길이나 뒷동산의 숲 속 길
더러는 엄마 따라 가본 읍내 장거리나
외갓집이면 되었지
눈 내리고 씽씽 바람 불어 귀때기 시린 날
시골 버스 타고 가는 아이
엄마라기에는 어중간하고
할머니라 하기에도 또한 어중간한
촌 아낙과 함께 가는 아이
새로 산 듯한 모자 달린 노랑색 잠바를 입고
여기야, 여기야 우리 내릴 차례야
버스가 서는 데마다 재우쳐 묻고
또 묻는 것을 보고.

 

 

요즈음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혼돈의 정국이다. 전혀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겠다. “헌정 사상 이후 최고” 라는 수식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어느 것도 표현할 수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왜 벌어진 것일까. 누군가의 큰 욕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 권력에 눈이 멀 대로 먼 그 욕망 때문이었을까.

▲ 김완하 교수

이제 우리의 희망은 너무 높이 두지 말자. 절대로 너무 거창하거나 화려한 빛으로 치장하지 말자. 그래, 우리가 무엇을 더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공책 몇 권과 필통 하나와 동화책 몇 권이면 되었지. 그리고 장난감 몇 가지면 되었지. 더 무엇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또 누구를 더 알아야만 된다는 말인가.

가을날 나무들이 붉게 물들였던 나무 잎들을 모두 다 내려놓고 빈 몸으로 서듯이, 그렇게 선 뒤에야 그 나무의 본 모습이 드러나듯이. 그래. 그렇다. 너와 나도 이 늦가을에는 진정 빈 몸으로 서보자. 그러면 되었지. 어디를 더 가 보아야만 된다는 말인가. 마을의 골목길이나 뒷동산의 숲 속 길, 그리고 더러는 엄마 따라 가본 읍내 장거리나 외갓집이면 되었지 말이다.


김완하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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