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구글 검색을 하다가

김완하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시인)l승인2017.07.0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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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국(1946~ )

 

이 손바닥만 한 땅덩이에서
아버지는 일생을 소와 함께 살았고
나는 월급봉투로 살았다
지금 나의 자식들은 카드로 산다.
카드의 마그네틱 자성은 원래
빅뱅 때 우주에서 날아온 것이고
하늘에는 아직 반짝이는 별이 많다
언젠가 텍사스에서 카드를 긁고
서울에서 결재하며 금전이
하늘을 어떻게 오가는지
오래 바라보았다
사는 게 도깨비놀음이다
그러나 지피에스로 찍고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사실
이 세계라는 것도
별게 아니긴 하지만
어느 날 구글 지도 검색을 하다가
바다로 떨어질까 봐
대륙의 가파른 등짝에
한사코 매달린 내 땅을 보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는 게 다 용하다

 

2017년 6월과 7월. 세계 속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은 힘차게 누비고 다녔다. 그제는 미국에서 트럼프와 함께 백악관 만찬을 하고, 또 어제는 독일에서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회의를 하였다. 당당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밝고 맑은 미소. 그것은 그야말로 우리 가슴을 흐뭇하게 했다. 나아가 가슴 한 구석을 들뜨게 했다. 글로벌, 글로벌 하는 말들이 이제 구체적 실감으로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사실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 한국의 위상을 두 가지 차원에서 깨닫고 놀란다. 첫 째는 우리가 이만큼 세계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구나 하고 그 자부심에 놀란다. 그러나 우리 주변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우리가 높은 위치를 점하는 것은 아니라는 차원에서 또 놀란다. 그만큼 중국이나 일본이 차지하는 위치는 우리보다 더 확고하다. 우리 역사 또한 그 틈바구니에서 겪어온 시련이기도 하다.

▲ 김완하 교수

물론 앞으로 우리는 얼마든지 그들을 따라 잡을 자신감이 있다. 세계는 이미 지피에스와 내비게이션으로 국경을 넘어서는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지피에스로 찍고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사실 세계라는 것도 별게 아니긴 하지만, 어느 날 구글 지도 검색을 하다가 바다로 떨어질까 봐 대륙의 가파른 등짝에 한사코 매달린 내 땅을 보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다. 이제 글로벌이라고 모든 것을 손 안에 넣고 스마트 폰 하나로 주무르는 시대가 된 듯하지만, 지구본을 돌려보면 안다. 우리의 한반도. 아시아 대륙 끝 부분에 가까스로 매달려, 그것도 분단의 철조망이 가로지르는, 이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


김완하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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