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버스

김완하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l승인2017.07.29 15:2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아침 버스                   
                             고운기(1961~ )

 

아침 출근길마다
북고개 삼거리 건널목에서
인천 떠나 안산 거쳐 고흥 가는 버스와 만난다
남쪽 내 고향
꽃소식 벌써 기다려지는
그냥 슬쩍, 일과日課도 접고, 저 자리에 몸 얹으면
좀 늦은 점심을 기다렸다가
아버지랑 밥 한 끼 하겠다
벌써 몇 년인지
우리 아버지 지하에 누워
오는 아들마다 손꼽다가 고개 갸우뚱
영 안 보이는 아들 하나 있구나
한숨도 쉬었겠다
고흥은 내 고향
아버지 누워 있는 곳
마른 잔디에 이른 봄꽃은 바람과 노닐다 누구의 가슴에 얹히나
차마 버리지 못한 일과를 주워 담고
버스 지나간 꽁무니
얇은 기름내에 머리 흔들어보는 아침.

 

 

고향도 부모님이 살아계신 생전까지가 고향인 듯하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조금 허전해지던 고향이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니 영 고향으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명절에 겨우 들르던 형제간의 왕래도 그다지 절실하지 못하다보면 차츰 딴 곳이 되어가기 십상이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가족들이 있는 곳이 고향인 셈이다. 시인은 인천을 떠나서 안산을 거쳐 고흥으로 가는 버스를 보고 그냥 슬쩍, 일과도 접어놓은 채 그 버스에 몸을 싣고 싶어진다. 그러면 좀 늦은 점심을 기다렸다가 아버지와 함께 밥 한 끼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미 아버지는 지하에 누워계신데. 아버지를 생각하는 이 절실함. 그러나 시인은 버리지 못한 일과를 주워 담고 만다.

▲ 김완하 교수

유독 고향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생각을 하는 시인의 이 마음. 무엇보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넘친다. 세상 살다 보면 뒤늦게 철이 들고 비로소 아버지 고뇌를 알게 될 때 있다. 아버지의 근심, 아버지의 외로움, 아버지의 어깨. 아버지의 그림자. 어느 날 아버지가 흐느끼는 것을 보고 받았던 충격은. 그러니 지금은 방학이 아닌가. 누구라도 시간을 내면 고향 가는 버스가 지척에 있거늘. 모두 그 버스를 타고 훌쩍 고향에나 다녀왔으면 좋겠다.


김완하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저작권자 © 미디어대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시 유성구 대학로 31(봉명동, 한진리조트오피스텔 6층
대표전화 : 010-5455-4311  |   등록번호 : 대전 아 00225  |  등록년월일 : 2015. 4. 10  |  발행인·편집인 : 박기성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기성
Copyright ©2015미디어대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