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제대로 보려면

김억중 한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건축가)l승인2017.08.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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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김억중 교수

청소년 시절, 우리들 대부분은 미궁 속에 빠져있던 사건의 늪을 셜록 홈즈와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 손에 땀을 쥐어가며 범인을 추적하다가 급기야는 해결의 기쁨과 함께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했던 기억을 지니고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하라고 하면 한 시간을 제대로 버티기 어려웠던 우리들인데, 몸은 비록 고되지만 그 밤을 지루하거나 고통스럽지 않게 새울 수 있던 것은 그만큼 즐거움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그때 기쁨이란 이 세상에 범죄자는 모조리 내 손으로 잡아넣어야 한다는 도덕주의자의 성취감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범인이나 홈즈가 여기저기 매설해 놓은 덫을 들춰내며 결정적인 사건 실마리와 증거를 추리해내야만 하는 숨 막히는 게임을 순수하게 즐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운터펀치를 날려야 할 대상은 일차적으로는 범인이었지만 진짜 더 커다란 라이벌은 늘 홈즈였다. 그는 이미 지나간 사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방식과 추리력으로 우리를 늘 깊은 콤플렉스의 나락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책을 대할 때마다 이번만은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자존심으로 새로운 사건에 더욱 더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조수 왓슨처럼 늘 감탄만 하고 앉을 수만은 없는 처지였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우리는 늘 그에게 한 수 밑이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간혹 수사란 이렇게 하는 거야 하는 식으로 연민의 시선을 보내며 왓슨에게 몇 마디씩 흘리곤 하였는데, 그나마 우리의 추리능력이 얼마간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다 홈즈의 충고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푸른 홍옥”편을 보면, 홈즈는 언뜻 보기에 중요한 단서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 낡은 모자를 보고 주인이 어떠한 계층과 직위를 가진 사람이며 어떠한 형편과 취향을 가진 사람임을 추리해 낸다. 왓슨은 그저 넋을 잃고 경이로운 탄성을 자아낸다.

 

"이 모자 임자는 상당히 머리가 좋고 지금은 생활이 궁핍하지만 2-3년 전 만해도 꽤 넉넉 했을 거야. 원래는 준비성도 있고 깔끔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정신적으로 해이해져 있는 것 같아. 아마도 몰락한 뒤로 술을 자주 마시게 되었나 보네. 아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네.”

 

이처럼 그가 보잘 것 없는 자료 하나를 보고 무려 6가지 사실을 논리 정연하게 추리하였으니 왓슨의 반응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여기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바로 홈즈가 왓슨에게 “자네는 모든 걸 보았네. 단지, 본 걸 가지고 추리를 하지 않은 것 뿐이야.” 라고 하는 충고다. 또 다른 기회에 그는 말하길 “사람들은 대개 어떤 사건에 대해 순서대로 추적해 가다보면 그 결과가 어떠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 그건 사람들이 은연중에 개개의 자료들을 종합해서 그로부터 어떤 결과를 구하게 되기 때문이네. 하지만 어떤 결과만을 갖고서 그 결과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오게 되었는가를 추리해 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네. 바로 그렇게 하는 능력이 내가 말하는 역추리 또는 분석추리라는 걸세.”라고 하며 보통 사람들이 무심히 놓치는 사소한 점을 지나치지 않으려는 집요한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사물을 제대로 바라다보려면 우리 눈이야말로 홈즈와 닮아야 하지 않을까?


김억중 한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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