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을 동시에 보아야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건축가)l승인2017.10.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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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김억중

집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형태요소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지 꼼꼼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형태요소를 볼 때, 바깥 모양에 집착하기 쉽다. 외관은 건축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 중에 일부분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샌본부인은 로크가 설계한 집이 끔찍스럽도록 싫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왜 우리가 모퉁이에 작은 탑을 얹을 수 없어요?’ 샌본 부인이 물었다... 작은 탑에 대한 얘기를 실컷 하고 나서 부인은 또 물었다. ‘왜 창살 있는 창문으로 하지 않았어요?... 창문들이 정말 큽니다... 창살이 있으면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왕궁 같은, 봉건군주의 저택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을텐데.’”(아인랜드, 마천루 1)

샌본 부인 역시 건축가 로크에게 크기와 모양을 이유로, 창문 표현이 불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녀 생각으로는 특히 창문 모양이 잘 표현되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건축= 모양내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겉모양만 멋있다고 디자인이 잘 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녀 말대로 창살을 달아 봉건군주 저택같이 보인들 그로 인해 이 집만이 누릴 수 있는 창 밖 수려한 풍경이 가려지거나 조각나 버린다면 무슨 소용인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창문모양으로 멋 부리려다 내부공간의 삶을 희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창문 형태와 내부 공간 이미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 건축언어의 문법이다.

요컨대 건축은 안과 밖을 정의하는 일이다. 안과 밖이 서로 영향을 미치므로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좋은 건축은 안과 밖이 동시에 잘 조정된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보면, 안과 밖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건축 현상을 잘 보여준다.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장서관을 둘러싸고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파견된 아드소와 수도사 윌리암은 장서관이 책을 필사하고, 보관하거나 독서하는 장소라기보다는 금서(禁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소임을 알아낸다. 그들은 금서에 접근하려했던 이들 모두가 살인사건과 깊이 연루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있는 장서관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믿는다.

수도원 측에서는 그들의 장서관 출입을 허락하지 않으므로, 야밤을 틈타 직접 들어가게 되는데, 곳곳에서 들어오는 기괴한 바람소리와 거울에 비친 형상에 소스라치게 놀라 혼절할 지경에 이른다. 게다가 복잡한 내부구조로 인해 출구를 찾지 못해 갖은 고난을 겪다가 가까스로 장서관을 빠져 나온다. 그 이튿날 그들은 정확한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건물외관을 돌아보고 내부를 추측해보는 것만이 상책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결국 외관에 나있는 창과 벽체 모양을 내부 방 모양과 창 숫자를 하나하나 맞추어가며 암호로 표시된 평면도를 기필코 추론해내는데 성공한다. 퍼즐게임처럼...

이들이 만일 안과 밖을 동시에 보지 않았다면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장서관을 헤매다 죽었을 지도 모른다. 외관으로부터 짐작해낸 내부평면을 손에 들 수 있었으므로 그들은 복잡한 공간구조를 파악했고 급기야 살인사건의 전말을 완벽하게 밝힐 수 있었던 셈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내부공간의 숨어 있는 질서가 외관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는 점이다. 안과 밖을 동시에 보아야 집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건축의 기본을 이해하고 있었다.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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