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桂林)에 가서 - 요산(堯山)에 올라

김완하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시인)l승인2018.01.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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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桂林)에 가서
- 요산(堯山)에 올라                                       김완하(1958~ )

 

계림에 가서 요산에 올랐다
일행의 의견이 분분하여 반은 오르고
또 반은 차에 앉아 시내를 돈다고 했다
나는 남아 삭도(索道)를 타고 올랐다
허공에 매달려 내려보는 요산은 평범한 구릉이라고나 할까
요산은 계림의 빼어난 산들과 달리
밋밋하고 둥글둥글했다
다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산들이
그곳이 산속임을 알게 했다
산은 때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다른 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
필요한 때가 있기 마련이지
사방 주변의 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봅슬레이를 타고 내려왔다
굳이 나 또한 그 산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은 것은
요산을 베일 속에 묻어두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밑에 남아 있던 사람들 모두 그 산에 대하여 알려 하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누구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산은 그들의 가슴속에 솟아 있다는 것일까
그들과 나 사이에 요산은 다시
수천 개의 형상으로 솟아나고 있었다
요산의 주변으로 멀리 우쭉우쭉 솟은 산들이 뭉개지며
노을 속에 몸을 비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요산은 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것
요산은 계림에 없다
내가 본 것은 안개 속에 가려진 산의 그림자.

 

중국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가까이 있지만, 그곳에는 우리와 너무 다른 세계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며칠 동안의 여행으로 중국을 안다는 것은 턱도 없는 일이겠지만 처음 중국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왔었다. 한참 동안 달려도 지평선이 지워지지 않는 광활한 들판, 찻길 옆 끊임없이 따라오는 강과 그 위를 이어 달리는 동력선. 그것은 대단히 낭만적이었다. 처음 돌아본 곳은 상해, 소주, 항주, 계림. 그곳서 내가 느낀 건 중국의 곳곳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내장되어 있다는 것. 그 공간 규모가 장대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중국 대륙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실(史實)들이 스미어 있었다.

이 시는 2001년 중국 계림에 가서 요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쓴 시다. 이 시에는 요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사람들이나 밑에서 기다리던 사람들 모두 그 산에 대하여 아무 말이 없었다. 그것은 아직까지도 내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리고 나도 사람들에게 말하거나 묻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사람들이 이국적 상황에 대해서 본 것을 대화보다는 내면으로 되새기는 방식을 취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돌이켜 볼수록 기이하게 생각되곤 한다.

▲ 김완하 교수

계림은 정말 나에게 한없이 신비로운 곳이었다. 오묘한 산봉우리며 그 주변을 감싸고 도는 강과 그 옆의 숲은 우리를 끊임없이 그곳으로 불러 세웠다. 아침 저녁에는 안개에 가려져 더욱 신비롭게 보이기도 했다. 그곳의 기기묘묘한 풍광은 중국 산수화에 산과 강의 모습을 가공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했던 것을 일거에 털어버리게 했다. 그곳의 산수는 지금도 눈에 선하기만 하다.

그렇다. 요산은 계림에 없다. 내가 본 것은 안개 속에 가려진 산의 그림자일 뿐. 나는 아직도 계림에 가서 그때 경험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많다. 그런데 그것을 시적 발상으로 하여 한편의 시를 썼으니 요산은 가히 명산은 명산인가 보다.


김완하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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