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첫 중증 장애학생 혜린씨, ‘학사모 쓴다!’

KAIST, 18일(금) 오후 2시 2022년도 학위수여식 개최 박기성 기자l승인2022.02.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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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화제의 졸업생 박혜린씨.

KAIST(총장 이광형)가 18일(금) 오후 2시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2022년도 학위수여식을 개최한다.

올해 학위수여식에서는 지난 2017년 KAIST에 입학한, 최초의 중증 장애 학생인 박혜린(24세, 전산학부)씨가 학사모를 쓴다. 혜린 씨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연설을 맡는다.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온 혜린(24세, 전산학부)씨에게 학사모는 남다르다.

“제 멋진 휠체어와 함께 여행하는 삶을 산 지 24년이 되었다”라고 말하는 혜린 씨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몸이 불편해서 하기 어려운 몇 가지 일들을 누군가 도와준다면, 학업을 이어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이나 ‘보조 선생님(특수교육보조원)’의 도움 속에서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며 공부할 수 있었다.

수학자의 꿈을 키웠던 혜린 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2017년 KAIST에 입학했다.

수업 시간마다 강의실이 바뀌었고 때로는 다른 건물을 찾아가야 했던 KAIST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겨우 두세 개의 계단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입구를 포기하고 멀리 돌아가는 진입로를 찾아야 했다. 어렵게 찾은 진입로가 자동문이 아닐 때는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이어갔지만, 첫 학기가 끝났을 때 몸무게가 10kg이나 빠져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힘든 적응기를 보내는 중에도 혜린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삶에는 언제나 장애물이 등장했기 때문에, 곤란한 점부터 헤아리기보다는 ‘나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아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 후 혜린 씨는 KAIST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개선이 필요한 점들을 적극적으로 학교에 건의했고 KAIST는 혜린 씨의 민원을 빠르게 처리했다.

당시 학생생활처장이었던 류석영 교수(현 전산학부장)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 아는 것과 그 필요성을 실제로 체감하는 일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혜린이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혜린 씨는 KAIST에 입학한 최초의 중증 장애 학생이다. 학내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는 있었지만, 내부 구성원이 일상적으로 사용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미진한 부분을 누구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조금씩 사라져가면서 학교생활에 익숙해진 혜린 씨는 2017년 12월 대통령 장학생으로 선발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장학증서를 받기도 했다.

수학자의 꿈을 찾아 수리과학과에 진학했지만, 학부 1학년 때 접했던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껴 전산학부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했던 2학년 가을학기에 학과 딘즈리스트(성적우수학생)에 이름을 올린 뒤 이듬해 전산학으로 과감하게 전공을 바꿨다.

장애인 편의시설의 유무가 아닌 전공 적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는 혜린 씨는 올해 3월 KAIST 전산학부 석사 과정에 진학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연구할 계획이다.

“소수 중에서도 소수인 삶을 살다 보니 보편적인 학생들과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혜린 씨는 “다른 사람이 착안하지 못하는, 내 눈에만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해 우리 사회에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혜린 씨는 18일 열릴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을 대표연설을 맡는다. “제 앞길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겠지만, 저는 KAIST가 더 굳게 심어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그 장애물들을 넘어설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663명, 석사 1,383명, 학사 695명 등 총 2,741명이 학위를 받는다.

이로써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5,081명을 포함해 석사 3만6,896명, 학사 2만152명 등 총 7만2,129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게 된다.

학사과정 수석 졸업의 영광은 이지영(24세·물리학과) 씨가 차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다.

이사장상은 방유진(23세·기술경영학부)씨, 총장상은 이정환(25세·수리과학과)씨, 동문회장상과 발전재단 이사장상은 각각 김예원(24세·전기및전자공학부)씨와 최지민(23세·항공우주공학과)씨가 수상한다.

KAIST는 재학생들이 전공지식은 물론 인성과 리더십까지 고루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올해부터 학위수여식 포상 명칭을 ‘KAIST 전인상’으로 명명했다.


박기성 기자  happyda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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