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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억중 교수의 삽화-집을 머리위에 이고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흥미롭다. |
당나라 시인 두보가 말하기를 “부귀는 반드시 고생스런 근면함으로부터 얻어야 하고, 남아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富貴必從勤苦得 男兒須瀆五車書)고 했다. 얼마나 많은 책을 더 읽어야 다섯 수레 가득할까. 서늘해진 오늘 밤, 오래된 책을 꺼내어 들여다본다.
“사람은 누구나 저 자신의 암자다
물은 왔다가 가고
구름은 일어났다가 흔적을 지우고 사라진다
나는 암자에 웅크리고 앉아
경계와 한계를 굽어본다
암자 속에 또 다른 암자가 있고
그 암자 속에 또 다른 누군가 홀로 웅크리고 앉아
목판본의 오래된 내면을 들여다본다“
(장석주, ‘아주 오래된 책’ 일부)
이곳 마암리에 서재를 마련한지, 햇수로 3년. 내 비록 먹고 입는 사치를 안 할망정 옛 선비들처럼 경서 만권이 인테리어의 전부인 집만큼은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었다. 아래층 어둑어둑한 작업장에서 위층 빛이 충만한 서재까지 가려면 마음부터 다잡아야 한다. 내가 나를 만나러 가는 공간이니 옥루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 단 한 단 침묵을 밟고 하늘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 한 권 한 권은 저마다 등불 하나씩 지닌 작은 암자들이니, 내 서재는 만불전에 다름 아니다. 곳곳에 꽂혀 있는 저기 저 책갈피들은 문학과 건축의 해후를 기념하는 작은 탑들이다. 내가 쓴 책 또한 저 작은 암자 속에 기거하며, 탑을 돌다 때가 차고 인연이 되어 분가한 암자가 아니겠는가?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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