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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와 딸(쳇GPT 생성 이미지). |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상을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요즘 젊은층들의 변화된 모습 가운데 하나다. 이들을 가리켜 ‘엄마에게 미친 자식새끼’라는 뜻의 신조어 ‘엄미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부모와 가깝게 지내는 성인 자녀를 흔히 ‘마마보이’ 또는 ‘마마걸’로 부르며 일종의 자립도를 저울질했으나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경향신문이 3일(월)자에 <“통화 목록 ‘엄마’로 가득”···청년들 너도나도 ‘엄미새’ 된 까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젊은 층들이 엄마와 친하게 지내는 ‘엄미새’ 현상을 집중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향신문은 “대학생 정다희씨(22)의 통화 목록은 ‘엄마’로 가득하다.”며 그녀의 엄미새 모습을 소개했다.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친구와 다툰 뒤 속상할 때도, 쇼핑을 나갈 때도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엄마다. 조금 비싼 맛집이나 마사지를 예약할 때도 함께하는 상대는 대부분 엄마다. 그는 “엄마랑 있으면 제일 편하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부담도 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는 것.
과거에는 미성숙함의 상징이었던 부모와의 친밀함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자 트렌드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어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엄미새’의 확산은 부모와 자녀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의미를 넘어, 청년들이 깊은 정서적 관계를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신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연인이나 친구보다 엄마가 더 편한 시대. 청년들의 친밀감은 왜 가족을 향하고 있는 걸까?
청년들이 관계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사회조사를 분석한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2022년 청년 10명 가운데 7명은 전반적인 가족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012년 56.5%에서 2022년 36.4%로 크게 줄었다. 가족은 여전히 가장 가까운 관계로 남아 있지만, 결혼과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데 대한 인식은 이전보다 신중해진 것이다.
2022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의 연애·결혼·출산 인식 조사’에 따르면 19~34세 비혼 청년의 65.5%는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70%는 스스로 원해서 연애를 하지 않는 ‘자발적 비연애’ 상태라고 응답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PMI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20~49세 미혼 남녀의 71.7%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관계 자체를 기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18~29세 응답자의 94%가 “많은 사람과 얕게 사귀는 것보다 소수와 깊은 관계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절반에 가까운 46%는 이를 ‘매우 선호한다’고 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9%는 “연애도 효율성을 따지는 시대”라는 데 공감했다. 시간과 감정,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드는 새로운 관계보다 이미 신뢰가 형성된 관계를 선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불황의 장기화와 청년층의 독립 지연이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취업과 주거 부담으로 부모로부터 심리적·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청년들은 새로운 관계보다 이미 신뢰가 형성된 가족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원래는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사회에서는 끝까지 믿어주고 헌신해주는 부모가 가장 안전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미새 현상은 자녀만 변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부모 역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대가 됐다. 40~50대 부모 세대는 과거 부모들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터넷, SNS,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자녀와 함께 릴스를 찍고 해외여행을 떠나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더는 어색하지 않다. 부모와 자녀 사이 문화적 간극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부모가 청년들의 든든한 안전망으로 자리 잡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독립 후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오는 미국의 ‘부메랑 세대’, 부모 집을 든든한 생활 기반으로 삼는 영국 청년들을 빗댄 ‘엄마 아빠 호텔’,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중국의 ‘전업 자녀’가 대표적이라고 경향신문은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백화점과 여행업계가 오래전부터 ‘모녀 여행’과 ‘모녀 쇼핑’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모녀 소비가 하나의 시장을 이뤘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청년들의 독립을 늦추면서 부모는 경제적 지원자를 넘어 가장 가까운 생활 기반이자 정서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박기성 기자 happyda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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