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겐 달도 꽁꽁 뭉친 주먹밥

김완하 교수의 문학 산책 김완하(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l승인2015.06.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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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1959~ )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고소하고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 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은 것이냐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형으로 회복되기까지
어기여차, 밤을 굴려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밥이다 밥집 위에 뜬 희망처럼,

 

▲ 김완하 교수

시인의 상상력은 달도 밥집 위로 떠오르는 꽁꽁 뭉친 주먹밥. 시인에게는 달도 추억의 반죽 덩어리이다. 배가 고파서 별이라도 먹고 싶어 별을 따 달라고 고모를 조르던 시인이 있었다고 하니. 그 뒤를 이어 이 시에서 시인은 달을 밥으로 연상하고 있다. 우리 지난날에는 ‘보름달’이라는 빵이 있었지. 둥그런 보름달의 원판처럼 닮은 빵, 달처럼 빵이 부풀어 올라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르던 빵. 그 빵 하나 다 먹으면 배가 빵빵해질 것 같던 빵. 그렇게 보름달은 우리에게 식욕을 자극했다. 배가 고파 하늘의 별을 따 먹고 싶어 했던 시인의 어린 날은 별을 밥이라는 그토록 절실함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또 다른 시인은 ‘밥은 하늘이다’라고도 했다. 그러므로 밥은 신성한 것이고 밥은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시인들에게는 별이나 하나의 달에 대한 인식과 그 발상도 대단히 다른 것이다. 송찬호 시인이 그려낸 달, 진정으로 인간과 연대할 수 있는 자연으로서의 위대한 달의 시각은 참신하다.


김완하(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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