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의 '엄마와 아이'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l승인2016.02.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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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욱진의 '엄마와 아이'

심플하다. 어린이가 동화를 그린 것처럼 군더더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단순 미학의 극치다.

장욱진(1917-1990)의 작품세계는 단순함이 시작이자 끝이다. 해와 달, 나무, 아이와 까치가 단골 메뉴다. '엄마와 아이(1980)'도 그렇다. 출가한 딸의 득남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딸에 대한 사랑, 가족의 소중함 등 부정(父情)이 작품의 주제지만 감상자 자신을 대입하면 우리 모두의 얘기가 된다.

그림 속 해와 달, 나무, 산은 우리가 늘 접하는 생활 속 공간을 의미한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은 '성모자상' 또는 채용신의 '운낭자상'이 연상된다. 사각의 캔버스에 둥근 원을 그리고 원 안에 엄마와 아이를 중심으로 해와 달, 두 그루의 나무를 배치했다. 안정적이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구도다. 보름달 같은 둥근 얼굴에 이목구비가 선명하고 입술은 붉다. 표정이 없는 얼굴이지만 볼과 입술이 붉어 건강미가 느껴진다.

따스한 계열의 물감을 엷게 칠해 천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눈 맛을 살렸다. 아동화처럼 단순하다. 어른 애 할 것 없이 그의 그림을 좋아하고, 불변의 블루칩 작가로 유명세를 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파에 찌든 사람도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불현듯 순진무구로의 회귀를 재촉받는 듯하다. 알몸의 아이가 남성 심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은 남아선호 사상의 영향 탓일 것이다. 대를 이을 아들 또는 손자를 출산을 소망하는 무언의 압력(?)인 셈이다.

장욱진은 알아주는 애주가다. 술을 마실 때가 유일한 휴식이라며 한번 시작된 술자리는 일주일씩 계속됐다고 한다. 그러나 작업에 몰두하면 몇날 며칠 먹고 자는 것도 잊은 채 그림 그리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맑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의 일면이다. 반면 붓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물을 얻겠다는 강한 집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충남 연기(현 세종시) 출신으로 남들이 다 소망하는 대학교수도 마다하고 자연을 벗삼아 평생 동화처럼 '작고 예쁜' 그림만 그렸다. 생전에 그는 제자들에게 "큰 그림은 심심해서 못 그리겠다"며 작은 그림만 고집했다고 한다.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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