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있어도 서럽지 아니한가?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l승인2016.03.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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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억중 교수 삽화

모두가 건강한 몸, 아름다운 몸매를 만드느라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네 집은 네 큰 몸”이니, 몸을 소중히 생각하는 이라면 집도 좀 잘 보살펴야 할 터이다. 하지만 그 큰 몸을 정작 화두로 떠올렸던 적이 있었던가? 대출 받아 집 장만하기. 아파트 평수 늘리기, 임대소득 올리기, 프리미엄 받고 분양권 팔기.....
웬만한 이들이라면 이런 정도 재테크는 해묵은 상식처럼 되었을는지 모른다. 집을 수단으로 돈을 벌어보려는 이들은 많아도 정작 건강하고 좋은 집짓기를 목적으로 생각하는 이는 보기 드문 것 같다. 골목마다 빼곡이 집을 그리 많이 지어도 집다운 집이 드물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아파트 리모델링이 한창이지만 사정이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엄청난 돈을 들여 인테리어는 점점 더 번지르르해 간다. 하지만, 거실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디자인 손길이 채 닫지 않은 앞 동 뒷모습을 스산하게 바라다보아야 한다. 세대간 소외현상은 날로 더 심화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맛이 없는 것 또한 여전하다. 자연, 세상, 인간이 서로 등져있는 ‘불화의 공간 구조’는 해결하려 하지 않은 채, 세대마다 호화스런 인테리어 장식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집의 근본을 묻지 않고, 껍데기의 화려한 변신만을 부추기고 있다. 벼보다는 피가 억센 법이던가. "하늘로 날아다니는 제비의 몸으로도 일정한 깃을 두고 돌아오거든! 어찌 설지 않으랴, 집도 없는 몸이야!"라고 노래했던 소월의 허기진 시대는 지났으나, 우리는 이제 집이 있어도 서럽다. 배고팠던 시대에는 그나마 집을 갈구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려 했건만, 어느새 껍데기가 알맹이를 자처하는 세상이 되어 서러운 줄조차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닐까?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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