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윤복의 표모봉욕(漂母逢辱) |
바위절벽 아래 자리한 한적한 빨래터가 소란스럽다. 까까머리 스님과 노파가 대거리를 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빨래하는 여인은 오불관언이다. 노파는 빨래 방망이로 스님을 당장 후려 칠 기세인데 여인은 속절없이 빨래 방망이만 두드리고 있다.
혜원 신윤복(1758-?)의 표모봉욕(漂母逢辱·18세기)이다. 내용인 즉은 ‘빨래하는 여인이 욕을 보다’는 뜻의 작품이다.
지나가던 젊은 스님이 빨래하는 여인에게 수작을 걸다가 기겁을 하는 바람에 함께 빨래 온 노파에게 들켜 혼쭐이 나고 있다. 인적 없는 계곡의 빨래터이다 보니 스님이지만 젊은 혈기에 잠시 흑심을 품은 모양이다. 노파의 방망이 세례에 스님은 혼비백산해 장삼과 승건까지 맨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상황이 험악했음이다. 빨래 방망이를 흔들며 한참 실랑이를 벌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노파의 힘으로는 스님의 완력을 당해낼 도리가 없다. 힘이 소진된 탓인지 긴장감이 덜하다. 스님의 수작을 말릴 여력이 없는 탓일까. 그 찰나를 놓칠세라 스님의 강한 눈빛은 마치 레이저 광선처럼 빨래하는 여인을 향하고 있다. 스님은 여인과 눈 맞춤을 고대하는데 여인은 무심하게 빨래만 하고 있으니 그 노력은 허사일 모양이다. 스님 가슴만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빨래터에 나온 것으로 보아 여인은 지체 높은 양반집 아낙은 아닌듯하다. 머리 모양이 낯설다. 장옷과 비슷한 개두(蓋頭)라는 의상이다. 장옷은 탈착이 자유롭지만 개두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거추장스런 개두를 둘둘 말아 머리위로 올린 모양이다. 문제는 개두를 누가 쓰느냐다. 궁녀나 양반집 부인들이 외출할 때 사용하기도 했지만 흔히 상을 당한 여인이 외출할 때 사용했다고 한다.
스님이 상중인 여인에게 농을 걸다니 이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 혜원의 또 다른 그림 ‘단오풍정’에서는 스님이 빨래하는 여인들을 훔쳐보더니 이 작품에서는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있다. 스님을 내세운 혜원의 작의가 관음에서 직접행동이라니 그 쪽으로의 진일보가 아닐 수 없다. 혜원이 농짙은 여러 점의 춘화도를 남긴 것도 아마 그 연장선상이 아닐까 싶다.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세종시, 이희택 신임 대변인 임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