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강진희의 '화차분열도' |
청운 강진희(1851-1919)의 ‘화차분열도(1888)’는 한국인 화가가 그린 최초의 미국 풍경이다. 127년 전 작가가 미국에서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를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이다. 이 때문에 미술사는 물론 한·미간 정치·외교사적 면에서도 의미가 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림은 강진희의 ‘미사묵연-화초청운잡화합벽(美槎墨緣-華初菁雲襍畵合璧)’이란 제목의 화첩에 실려 있다. 미국에 갔을 때 화초(주미 청국 참사관)와 자신(청운)의 여러 그림을 모아 만든 화첩이란 뜻이다.
3단 구도로 핵심만 표현했는데 마치 붓으로 스케치하듯 빠르고 간결하게 포치했다. 원경과 중경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대의 기차를 그렸다. 제목의 ‘분열’이란 단어도 여기서 비롯됐다. 원경의 기차는 산과 함께 배치했고 중경의 기차는 철교 위를 달린다. 철교 아래에는 배 한척이 한가롭게 떠 있다. 기차를 지그재그로 배치해 동적이면서 파노라마적인 느낌을 준다.
근경에는 강둑의 잡목과 함께 서양풍 뾰족 지붕의 건물을 배치했다. 보이는 부분은 5층이지만 나무에 가려진 부분을 감안하면 층수는 더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건물과 다리 사이의 여백이 눈 맛을 시원하게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풍경을 그렸는지 알 수는 없다. 화첩 첫 장에 ‘대조선 개국 497년 무자년(1888)년 워싱턴 주미조선 공관에서 그렸다’고 적혀 있어 시기를 짐작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1887년 박정양이 주미 전권공사로 임명돼 워싱턴으로 부임할 때 강진희가 함께 갔다는 역사적인 기록이 작품의 역사성을 뒷받침해 준다.
박정양이 쓴 ‘미행일기’와 ‘미속유습’에도 강진희가 동행한 사실이 기록돼 있어 워싱턴 풍경임을 보다 확실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화차분열도는 작품성을 떠나 초기 한미관계와 외교사적인 사실이 담겨 있는 소중한 기록화인 셈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오음화구도(梧陰話舊圖)는 미국에서 돌아온 후 자신의 집 청운산방 오동나무 아래서 친구들에게 미국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운 강진희는 서화미술회에서 조선 마진막 어진화사인 조석진·안중식과 함께 서화를 가르쳤다. 전서와 예서를 잘 썼으며 묵매를 즐겨 했고 재능도 출중했지만 전하는 작품이 별로 없어 아쉽다.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세종시, 이희택 신임 대변인 임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