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로부터 집 한 채를 샀다

김억중 교수l승인2015.04.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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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땅을 내고 마침 그를 구하고자 하는 선비가 있어 그 땅에 집을 지으니, 마땅히 사람과 땅 사이 서로 주고받음이요 서로 모심이 아닌가? 그 뜻을 새겨 이용휴가 정덕승을 위해 조물주로부터 집을 샀노라며 계약서를 만드는데, 집을 지은 뒤에 문서를 작성하니 그 내용은 이렇더란다.

“이 세상에 머물고 있는 아무개가 조물주로부터 집 한 채를 샀다. 집은 모두 몇 칸이고 집 둘레는 여러 종류의 나무 몇 그루가 두르고 있다. 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왼편은 진좌(震坐), 오른 편은 태좌(兌坐)로 남향이다. 집값은 동전 몇 백 냥이다. 이 문서를 작성한 이후로  세상이 다하고 우주가 끝날 때까지 영원토록 집을 달라고 하는 자가 없으리라.”

비록 자기 소유의 땅에 집을 짓는 것이긴 하나, 모든 것을 조물주로부터 잠시 빌려 쓴다는 겸허한 생각이 있었기에 장난삼아 썼을 법한 문서다. 그런 마음가짐이면 '내 땅에,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조물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집다운 집을 잘 지어서 대대손손 잘 쓰다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지 않겠가.                                          

'지상에 내 것이라곤 원래부터 없다'는 반듯한 정신으로 지은 집,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한옥의 진면목이었다.

아! 어디선가 천 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듯하다.

 


김억중 교수  kuj7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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