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그르니에가 알베르 카뮈에게

김완하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l승인2016.04.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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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카뮈,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면서 새해를 시작합니다. 당신의 편지가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어요. 당신은 언제나 내게 변함없는 우정의 증표를 보여주어 나를 자꾸 놀라게 합니다. 내가 그런 우정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내가 인쇄되어 나온 당신의 서문을 다시 읽지 않은 것은, 분에 넘친 찬사일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내게 신세진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나를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의 나이가 아주 어렸었다는 이유 바로 그것밖에 없습니다. 하기야 우리는 이미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요! 나의 생각이 당신과는 다르다 해도, 내가 당신에 대하여 느끼는 깊은 우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당신이 고독과 침묵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다니 기쁩니다. 그것이 바로 가장 확실한 행복 아니겠습니까?

나는 지금 성인들의 삶에 대한 글을 읽고 있습니다. 그들의 나이는 제각각입니다. 그 독서를 통해서 <존재의 불행>에 이어지는 후속 작품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샤토브리앙이 <랑세의 삶>을 가지고 그랬던 것처럼 거기서 무슨 집시들이나 들려줄 법한 싸구려 음악을 끌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런 식으로 두 가지 책을 잇는 데서 오는 끔찍한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요즘 나는 또한 오늘날의 회화운동에 점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특히 그 운동이 보여주는 불확실성과 우연성 때문에 흥미를 느끼는 겁니다. 실제 삶에 있어서 나는 위험을 몹시 두려워하지만,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위험을 몹시 좋아합니다.

 

▲ 김완하 교수

“친애하는 카뮈에게” 이렇게 시작하는 이 편지는 우리 젊은 날, 우리들 우상인 두 거장의 만남이 압축된 장이다. 장 그르니에는 20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따뜻한 회의주의자로 더 널리 불린다. 서른두 살이 되던 1930년 알제로 떠나 그랑 리세의 철학 반에서 열일곱 소년 알베르 카뮈를 만나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알베르 카뮈는 20세기의 지성, 행동하는 지식인, 실존주의 문학의 위대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장 그르니에 보다 15년 늦은 1913년 알제 몽도비에서 태어나, 대입시 준비반에서 평생의 스승이 될 장 그르니에를 운명적으로 만나 문학에 눈을 떴다. 그가 쓴 <이방인>과 <페스트>는 실존문학의 백미로 꼽힌다.

스승으로서 장 그르니에의 15년 아래인 알베르 카뮈에 대한 존중. 알베르 카뮈는 47세에 자동차 사고로 스승보다 먼저 생을 접고, 스승인 장 그르니에는 제자보다 11년을 더 살다 71세에 세상을 떠난다. “장 그르니에가 없었다면 알베르 카뮈도 없었을 것이다.” 이 말은 쥘 루아가 한 말이다. 카뮈의 말에 의하면 장 그리니에와 그의 관계는 예속도 복종도 아닌 대화요 교혼이요 상호대조였으며, 영적인 의미에서의 ‘모방’이었다 하는데. 아, 놀랍구나 이 스승과 제자의 놀라운 존경이여, 애정이여, 사랑이여!


김완하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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