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전지역 중견 작가들이 보는 조영남 '대작 사건'은?

박기성 기자l승인2016.05.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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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남씨가 지난 2013년 대전국제아트쇼에 출품했던 작품 '가족여행'- 대전국제아트쇼 도록 촬영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조씨의 매니저 소환 조사에 이어 조씨의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지역 중견 및 원로 화가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미디어대전은 이번 조영남씨의 ‘대작 사건’을 바라보는 지역 중견 및 원로 화가들의 시각을 취재했다.

원로 서양화가 신현국씨는 조영남씨의 이번 사건을 ‘사기’라는 단어로 해석했다. 신현국 화가는 “형편없는 짓이다. 화가 본인이 그려야 화가의 그림이 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허진권 목원대 교수도 “(조영남씨의 경우)인기 때문에 전시회를 했고, 지인들이 있어서 잘 팔린 것이다. 그러나 개념미술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벌리고 있는 행태”라고 언급했다.

또 이영우 한국미협 대전시지회장도 "백남준 작가 등 세계적인 작가가 작품 거북선을 만들 때 기능적인 일을 맡길 경우에나 '대작'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원로 및 중견작가들이 밝힌 내용이다.

 

◆ 신현국(서양화가)
(대작 사건은)말이 안 된다. 형편없는 짓이며 일종의 사기다. 물론 조각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회화에서는 화가 본인이 그려야 화가의 그림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안 된다. (대작 사건을)관행이라고 한 것은 터무니없는 변명이며 그런 경우는 대전에도 없고 서울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허진권 교수(목원대 미술학부)
컨템포러리 아트라는 것을 할 때 작업의 유형에 따라 제자나, 작업을 돕는 조수 등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설치작업을 할 때 제자들을 참여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전시장이나 설치작업을 하는 곳에서 여러 형태의 종이를 오려 붙이거나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조영남씨의 경우 컨셉아트, 컨템포러리 아트가 아니다. (조영남씨의 경우)인기 때문에 전시회를 했고, 지인들이 있어서 잘 팔린 것이다. 그러나 (대작 사건은) 개념미술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벌리고 있는 행태다. 참 우스운 짓이다.

현대미술사쪽에서 (대작 사건은)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관행이 아니다. 미술계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

 

◆ 이영우 교수(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한국미협 대전지회장)
조영남씨 ‘대작 사건’은 조심스럽긴 해도 화랑이 연계가 돼 있거나 화상이 끼어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을 대신 그려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작가라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백남준 작가가 작품 거북선을 만들 때 혼자 만들 수 있겠는가. 그 경우 도움이라는 것은 기능공의 역할에 불과한 것이다.

촉박한 전시회를 앞두고 제자들에게 잔심부름은 시킬 수 있으나 화폭을 생동감 넘치게 마무리하는 질감인 마티에르를 맡길 수 있겠는가. 조영남씨의 경우 그림 전공자가 아니고, 연예인이라는 출발선에서부터 이번 ‘대작 사건’은 시작됐다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 가국현(서양화가)
작가들도 이번 조영남씨 ‘대작 사건’으로 인해 괜히 불편하고 찜찜하기 그지없는 입장이다. 혼자 열심히 그리고, 혼자 열심히 전시회 준비하는 작가들에게 이번 일은 적지 않은 충격이다. 게다가 ‘대작 사건’에 대한 변명을 ‘관행’이란 말로 대신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물론 조각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영남씨의 경우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게 무슨 그림인가?

예전부터 나는 그의 그림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을 갖고 있었다. ‘가수와 연예인 활동으로 바쁜 조영남씨가 어떻게 그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게다가 작품에서 드러나는 표현 또는 이미지 역시 어떤 그림은 그럴 듯하고 어떤 그림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관행’이란 변명으로 혼자 열심히 그림 작업을 하는 많은 작가들을 실망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한편 조영남씨는 지난 2013년 대전국제아트쇼에 초대돼 '가족여행'이란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지역 원로 및 중견 화가들은 조영남씨의 이번 '대작 사건'을 놓고 그가 주장하는 바처럼 '관행'으로 평가하지는 않았다.

현대미술을 통칭 ‘컨템포러리 아트 comtemporary art :동시대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데미안 허스트 같은 사람이 바로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다. 컨템포러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현대 미술을 어떤 한 흐름으로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시대의’ 또는 ‘지금의’ 미술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영국 출신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최근 영국의 한 갤러리 전시회에서 '플레이-도(Play-Doh)' 라는, 다양한 색상을 입힌 알루미늄 재료의 설치물을 선보였는데 바로 이 같은 대형 설치물 등을 혼자 처음부터 제작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작업을 돕는 인물들이 필요한 것이다.


박기성 기자  happyda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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