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원 중인 병원으로 조작된 ‘사고보고서’ 들이밀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5월 사고 당사자 강모씨 인터뷰 박기성 기자l승인2017.10.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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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컨베이어 협착사고로 얼굴을 비롯해 신체 일부가 끼이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해 죽다 살아났는데 회사에서는 설비결함을 숨기기 위해 ‘사고보고서’까지 조작을 하려했다. 내 잘못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적응장애 판정까지 받았다. 얼마 전 금산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고 사고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정말 괴롭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지난 5월 5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1공장 LTR검사에서 설비 개선작업 후 타이어 유니포미티설비 컨베이어에 얼굴은 물론 어깨와 오른팔까지 끼이는 중대재해 사고를 당했던 강모씨(56.대전시서구복수동)는 자신이 내원치료 중인 병원으로 찾아간 기자를 보고 한동안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사고 당시의 어떤 것도 되짚어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와 함께 아직 한국타이어 직원 신분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금산공장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한 문제점 등 기자의 오랜 설득에 강씨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지난 5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타이어 유니포미티 설비 컨베이어 협착사고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다음은 강씨와 25일(수) 오후 치료 중인 병원에서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당시 어떤 사고가 발생한 것인가?
▲ 설비 개선작업 후에 시운전을 하려고 전원스위치를 넣었으나 준비동작 램프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록 도어(안전문)를 열고 설비를 확인하려 했으나 인터록 도어 결함으로 안전문이 작동되지 않았으며 그 순간 up/down 컨베이어 협착사고로 얼굴을 비롯해 오른쪽 팔과 어깨까지 끼이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 그 같은 사고가 왜 발생했다고 생각하나?
▲ 인터록 도어를 열면 기계 작동이 멈추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날은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 지난 2014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화재 후 다시 설치한 설비인데 그처럼 오작동이 발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 처음부터 잘못 설치된 설비라는 말인가?
▲ 처음부터 잘못 설치된 시스템인지는 알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측에서는 기계가 작동할 때 작업자가 서둘러 들어갔다고 억지 주장을 하며 사고 책임을 나한테 전가하려 했었다. 병원에 입원한 사람한테 회사 관계자가 갖고 온 사건보고서에는 내가 에어라인을 조작해서 설비를 움직이게 만들고, 움직이는 설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억지 주장이라 너무너무 화가 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회사측에 시뮬레이션을 해보라고 주장했다.

- 시뮬레이션을 했는가?
▲ 그렇다. 시뮬레이션 결과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데 움직여서 회사 관계자들도 모두 놀랐다고 하더라.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회사 측도 그 때 비로소 인정한 것이다. 결국 나한테 회사측이 갖고 온 엉터리 사고보고서도 바로 잡았으며 회사 측도 나한테 사과를 했다. 물론 보상에 대한 것은 여전히 신경을 쓰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 사고로 인한 상처는 어느 정도인가?
▲ 얼굴부터 오른쪽 어깨와 팔이 타이어 유니포미티설비 컨베이어에 낀 채 10여분 동안 꼼짝 못하고 있었으니 그 후유증은 어떠했겠는가? 처음에는 얼굴은 물론 한쪽 팔과 손까지 마비되고 이빨도 손상되는 등 정말 살고 싶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병원에 입원 중인 사람에게 조작된 사고보고서까지 회사 측에서 들고 왔으니 기분이 어떠했겠는가? 너무 어처구니없고, 화가 치밀고, 억울해 한때는 자살할까도 생각했었다.

- 이제 5개월 이상 흘렀는데 어느 정도 치료됐나?
▲ 지금도 오른손은 마비된 상태이며 적응장애 판정을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신경안정제를 복용 중이다. 요즘 병원에서 물리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받고 나오다보면 앞이 캄캄한 느낌이다. 앞으로 회사에 출근해 그 설비 앞에서 과연 어떻게 작업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이 절망뿐이다.

- 회사로부터 보상은 제대로 받았는가?
▲ 산재처리된 것만 강조할 뿐 여전히 그 어떤 보상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사실 애당초 회사 측에서 갖고 온 조작한 사고보고서 관련해서 변호사에게 문의한 적 있다. 사고보고서 조작은 범죄라 고발할 것을 변호사측에서 권유했으나 재직 중인 회사를 차마 고발할 수 없어서 포기했다. 지금도 변호사측에서는 민사소송이라도 제기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 보상을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인가?
▲ 민사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장애로 인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할지는 알 수 없으나 말이다.

그러나 금산공장에서의 32세 젊은 근로자가 사망한 것을 보니까 한국타이어 노동자로서 절망감이 몰려옴을 느끼게 된다. 안전장치를 만들어 근로자들이 건강한 근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건만 그렇지 못한 채 재해사고가 발생하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쉬쉬하는 풍토가 너무 안타깝다. 정말 앞으로 나같이 억울하게 업무 중 재해를 당하는 사람이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더 이상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박기성 기자  happyda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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